성인 교육 과정

“공동체적 삶을 꿈꾼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졸업생인 홍성실 선생님이 진행하는 착한소문쟁이 시즌 2, 세 번째 이야기 “사탕수수”편입니다.

착한 일을 하는 분들에 대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재미난청춘세상이 함께 하겠습니다.

글쓴이 :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출 처 : 이로운넷(www.eroun.net)

작성일 : 2022년 5월 4일

“주식회사지만 사회적 가치를 담는 경영을 합니다.”

수원시 소재의 마음샘정신재활센터 장명찬 원장의 추천으로, 열대작물 농장인 ‘뜨렌비팜’과 주민사업체 ‘㈜사탕수수’를 함께 운영하는 정현석 대표를 만났다. 처음 인터뷰 요청을 받은 정 대표는 엄밀하게 본인은 사회적경제인은 아니라며 난감해 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공동체적 삶을 꿈꿔 왔기에 직장 생활을 하며 사회복지를 공부하다 소외계층의 자립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해서 사회적기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교육도 받았다. 하지만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생각되어 사회적 가치는 추구하지만, 주식회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 조금은 특별하게 사회적경제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만나 보자.

젊은 시절 꿈 좇다 어느 날 열대작물 농장 오픈

정현석 대표는 80년대 젊은 날에 동경했던 공동체적 삶을 꿈으로만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2008년 직장을 다니면서 ‘자립형 생활공동체’에 대해 배워 볼 요량으로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고 시설 등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가정도, 보육원도 아닌 쉼터 등에서 생활하는 시설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그들에게 편견 없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 사회적기업을 공부하며, 비교적 배움의 정도에 따른 차별이 없는 분야가 농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을 목표로 삼기에는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고 일반 농작물을 재배하자니 농사일에는 거의 경험이 없는 아내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열대작물 농장이었다. 열대작물은 보통 나무들과 비교해 빨리 자라니 서서 작업이 가능하고 무릎 관절에 무리가 덜 가리라 판단한 것이다. 이후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 우리나라에서도 커피 재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공정무역 커피 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 ‘트립티’와도 인연을 맺으며, 커피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트립티가 주로 돕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이해도 넓혀 갔다.

이러한 여정 속 정현석 대표는 2011년 지역 커뮤니티 센터 ‘휴’를 오픈하고 지역 주민들과 교류를 시도하다가 2012년에는 열대작물 농장 ‘뜨렌비팜’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커피 이외에도 블루베리, 아로니아를 주로 재배하며 사탕수수, 구아바, 파파야 등 다양한 열대작물 재배에 나서고 있다.

묵묵히 열대작물 농사짓다 보니 사회적 과실 ‘주렁주렁’

정 대표가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열대작물을 농사짓겠다고 했을 때도 많은 사람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제대로 먹고 살 수는 있을지 우려하기도 하고, 농사의 본질도 모른 채 자기 혼자 즐기려는 사람 정도로 치부했던 것. 하지만 정 대표는 끊임없이 공부하며 다양한 열대작물을 심고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농작물은 공산물과는 달리 실험 주기가 2~3년 이상으로 긴 만큼 일단 성공만 하면 후발주자가 따라오는 데도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적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리고 열대작물의 경우 국내에서는 과당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강점도 있다는데 착안했다.

10년 이상 묵묵히 열대작물 농사를 짓다 보니 어느새 국내에서는 열대작물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먹고살 만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9년 겨울에는 짧은 농사 경력에도 불구하고 고양시로부터 농업인 대상을 받기도 했으며, 2021년에는 고양시 주최로 제1회 고양 커피 문화축제를 여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 대표가 더욱 보람을 느끼는 대목은 트립티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다문화 친구들과 그 친구들이 뜨렌비팜을 찾아와 “고향을 만나고 간다”라며 기뻐할 때다. 이에 정 대표는 열대작물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까지 배우고 익혀 외국인 노동자들을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하는 등의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농업으로 시작했으니 농업을 중심으로 더 다양한 부가가치를 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구온난화, 탄소발자국, 푸드마일리지 제로, 원거리 이주자 문제, 식문화 다양성 등을 주제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2020년에는 주민사업체 ‘사탕수수’를 주식회사로 만들었다. 빠른 의사결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에 주식회사의 형식을 택했지만, 목표는 열대작물 재배법, 가공법 등의 기술이전 교육 기회를 소외계층들에게 제공,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집 밖 청소년들과 느린 학습자, 도심지 귀농·귀촌 예정자, 원거리 이주자들이 주요 교육 대상이다. 또한, 정 대표는 농촌은 유동 인구가 많지 않다 보니 경제적인 필요를 채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데 착안해 관광두레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정 대표는 “고양시만 해도 농촌 지역은 하루에 열 명 이상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이런 고양시에 더욱 많은 사람이 오게 하고 싶고 고양시 사람들 또한 멀리 가지 않고도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으면 싶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고양시와 함께 한 고양 커피 문화축제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탕수수는 설립 목표 자체가 사회적 목적이 있었던 만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수도권 북부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사회적 농장’ 선정을 받았다. 이에 2025년까지는 일부 경제적 지원을 받아 더 많은 사회의 소외계층들에게 농업을 기반으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정현석 대표는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의 형식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초심을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조금 더디기는 해도 보다 많은 사람이 그 마음을 이해해 주고 또한 예기치 못한 기회들이 생겨났다”라며 “그간의 노력이 쌓여 사회적 농장으로까지 선정, 더욱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소비 선택 시 환경적인 유익과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국내에서 재배되는 커피 맛은 어떠냐는 질문에 정현석 대표는 “우리나라는 커피 벨트가 아닐 뿐 아니라 커피를 재배하기에는 밀도도 낮다. 그런 만큼 다른 지역에서 나는 커피들과 품질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즐길 만한 수준의 맛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열대작물의 국내 재배가 주는 환경적인 유익과 함께 열대 과일과 채소를 더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혜택에 대해 강조했다.

또한, 정 대표는 “물동량이 많아지면 환경 문제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맹그로브의 나무서식지를 파괴하고 만든 새우 양식장이 대규모 쓰나미를 불러왔던 사건도 잊지 말아야 한다”라며 “우리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활동들이 자연 재앙을 불러오기도 하는 만큼 모든 일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열대작물이 가득한 농장 가운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현석 대표 / ㈜사탕수수 제공



서로를 돌보고 키우는 ‘마을다운 마을’ 소망

한편 정 대표는 고양시가 추진 중인 ‘천 개의 마을 꿈 프로젝트’에 활동가로서 6년 동안 참여하기도 했다. 오늘날 마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체성은 없어졌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개인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웃 어른들이 우리의 어린 자녀들을 함께 보살피고 먹여주고 키워주는 그런 마을 공동체가 다시 만들어졌으면 하는 게 정 대표의 바람이다.

이제는 더 많은 친구가 활동가로서 천 개의 마을 꿈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가치 있는 경험을 직접 가져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 대표는 이제까지 이뤄온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젊은 시절 꿈꾸던 자립형 생활공동체를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할 수 있도록 차곡차곡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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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홍성실은 20여 년 동안 PR 대행사에서 일하고 6년째 헤드헌터로 밥벌이 중이다. 2020년에 ‘재미난청춘세상’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우연히 참여하며, ‘그들은 왜 사회적경제에 진심인 건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후 사회적경제 속 착한 가치를 발견하며, ‘착한소문쟁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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