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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교육 과정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뮤지컬로 자기 삶을 이야기합니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졸업생인 홍성실 선생님이 진행하는 착한소문쟁이 시즌 3, 두 번째 이야기 “사단법인 라하프”편입니다.

착한 일을 하는 분들에 대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재미난청춘세상이 함께 하겠습니다.


글쓴이 :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출 처 : 소셜임팩트뉴스(www.socialimpactnews.net)

작성일 : 2023년 7월 27일

“간신히 대학까지 입학시켰지만, 방학만 되면 방안에서 뒹구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두고 볼 수 없어 뜻이 맞는 학부모끼리 돈을 모아 연습실을 마련하고 방학 동안 뮤지컬을 배워 볼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줬습니다. 그런데 자기표현을 못 하는 자녀가 뮤지컬을 계속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졸라 대는 것이었어요. 생애 첫 요구였기에 무모한 줄 알면서도 2016년 뮤지컬 극단 ‘라하프’를 창단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춤과 노래를 통해 날마다 변화하고 성장해 가며, 큰 기대가 없던 부모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가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해 줬습니다. 이에 라하프는 이 값진 경험을 더 많은 발달장애인은 물론 그 가족과 나눌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교육사업을 확대하고 춤과 노래를 취미로 배워 즐길 수 있도록, 또는 전문 예술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전문 연주단체인 드림위드앙상블 이옥주 이사장 소개로 이번에는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놀이터를 표방하는 사단법인 라하프 김재은 단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앞두고 각종 자료를 찾아보기 전에는 발달장애인은 언어 표현에 능숙하지 않다는데 춤과 노래, 연기까지 어우러진 뮤지컬 극단 운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의구심이 앞섰다. 하지만 라하프 작품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라하프는 이미 뮤지컬 극단 이외에도 전문 발달장애인 예술가 양성을 위한 ART COLLEGE는 물론 문화예술을 배우기를 원하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문 아카데미 운영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불가능한 일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라하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자.

“뮤지컬 계속하게 해주세요” 발달장애인 자녀 요구에 극단 창단

발달장애인이 주체가 돼 뮤지컬을 만드는 극단이자 발달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 전문 교육단체인 사단법인 라하프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시작했다. 2015년에 국내 유일 발달장애인 고등교육기관인 나사렛대학교 재활자립학과에 자녀를 입학시킨 학부모를 통해서다. 김재은 단장은 그중 한 사람으로 당시 학부모 대표였다.

발달장애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자기표현에 서툰 것이다. 그리고 발달은 느리지만 정서적인 자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그 시점을 기점으로 노화가 빠르게 진행하거나 다른 정신적 질환을 수반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다 보니 발달장애인 부모는 자녀가 진짜 좋아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나사렛대학교 재활자립학과 입학도 그 노력의 일환이었다.

나사렛대학교는 자녀는 물론 학부모에게도 기대 이상으로 많은 기쁨과 감동을 줬다. 스펙트럼이 맞는 친구가 한데 모이다 보니 비로소 발달장애인 자녀에게도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또한, 학교가 발달장애 자폐 학생 대상으로 스페셜 코디네이터를 두어 학교 적응을 적극적으로 도움으로써 부모 우려와는 달리 기숙사 생활에도, 대학 생활에도 잘 적응했다. 하지만 방학이 문제였다. 방학만 되면 집 밖으로 나가는 일 없이 방안을 뒹굴기 일쑤였다. 이에 보다 못한 학부모들은 자비를 털어서라도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장소를 서울 지하철 2호선 주변에 마련, 자녀가 좋아할 만한 활동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그 준비 과정에서 학교로부터 제안받은 아이템이 뮤지컬이었다. 2015년 재활자립학과 입학생은 다른 학번과 비교해 발표력이 좋다는 것이었다. 또한 구성원 대부분이 춤과 노래를 유난히 좋아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발달장애인은 발성기관 발달이 늦다 보니 다섯 살 때부터 주로 말을 시작한다. 이 때문에 언어 치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춤과 노래, 연기를 함께해야 하는 뮤지컬은 사실상 발달장애인 자녀가 시도하기에는 불가능한 아이템이었죠. 하지만 수많은 도전을 통해 그 자리까지 온 학부모는 연극 치료까지는 해 봤지만, 뮤지컬은 처음이니 또 한번 해 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방학 프로그램 정도로 가볍게 기획했던 상황이니 시작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아이들 반응이 의외였습니다. 뮤지컬을 계속하게 해 달라는 요청이 톡으로, 전화로 쇄도했습니다. 반대하는 자신들 부모를 설득해 달라는 친구들까지 있었죠. 생전 자기표현을 안 하는 자녀가 처음 하는 요구인지라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재은 단장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히브리어로 ‘비상하다’라는 의미를 담은 극단 라하프(Lahaph)는 2016년 7월 1일 14명의 나사렛대학교 재활자립학과 학생으로 시작했다.


뮤지컬을 계속하게 해 달라는 자녀들 요구에 뮤지컬 극단 창단에 나선 김재은 단장 / 사단법인 라하프

인격적인 가르침 속 ‘춤과 노래’로 발달장애인 자녀 매일 변화와 성장

처음 하는 시도인 만큼 학부모는 계속 전문가를 찾아 자문하고 공부를 지속했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다며 말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발달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조차 부족한 때니 그 어느 곳에서도 필요한 도움을 끌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이에 초기 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부모가 모두 충당했다. 또 만나는 사람마다 발달장애가 무엇인지 설명을 반복했다.

그래도 라하프를 도와주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점차 많아졌다. 김 단장은 “우리나라 사람 마음속에서는 모두 착한 씨앗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도전하는 라하프 모습에 국내에서 가장 큰 뮤지컬 기업과 유명한 뮤지컬 감독, 연출가, 작가들이 기꺼이 도움을 주고 싶어 했고 실제로 함께 작업에 참여해 줬다. 라하프와 함께한 전문 예술가들은 장애인 단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수십 번, 수백 번, 많게는 수천 번씩 같은 가르침을 반복했다. 짜증 한번 내는 일 없이, “OO 배우님, 다시 한번 해주시겠어요”라며 친절을 잊지 않았다.

이에 단원은 자신들 부족함에도 사람 대 사람으로 정성을 다해 주는 전문 예술가 선생님을 위해 평소와는 다르게 친절하고 예쁜 말씨를 따라 하기 시작했으며, 이른 아침 일어나 자발적으로 대사를 외우고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한편, 전문 예술가 선생님은 단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잘하지는 못하지만 가르침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발달장애인 단원들 순수한 마음에 감동하여 오히려 라하프에서 재충전 시간을 가지며, 재미나게 작품을 준비해 나갔다.

그런데도 발달장애인 단원은 처음 연출 선생님이 준비해 준 뮤지컬 극본을 제대로 암기해 내지 못했다. 이에 학부모와 전문 예술가 선생님은 고심 끝에 단원들 이야기를 극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인터뷰해서 이야기로 녹이기로 한 것이다. 단원이 생생한 자기 삶의 이야기는 잊어버릴 수 없을뿐더러 또한 대사가 조금 틀려도 전체적인 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터였다. 그렇게 라하프의 첫 뮤지컬 작품인 ‘This is Our Story’가 2016년 탄생했고 그다음 해인 2017년에는 국회 대상 뮤지컬 부분 대상을 받았다.

김재은 단장은 “뮤지컬에 참여하고 변화하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마주하며 부끄러웠다. 뮤지컬 속 대사에서처럼 자녀임에도 장애를 갖고 있기에 때론 무시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했기 때문”이었다며, “단원들 변화가 가능하도록 도운 전문 예술가 선생님들 모습을 통해 있는 그대로 자녀 모습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값지게 배웠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또 “지난 6년여 동안 74가지에 달하는 프로그램을 시도했었다. 정말 우리 아이한테 맞는 게 무엇인지, 정말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한 우리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인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돈도 많이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확실하게 배운 것이 있다.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우리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 얼마나 인격적으로 대면하고 있는지 그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우리 자녀가 장애가 있다고 하더라도 하느님이 주신 특별함으로 수용하며, 비장애 자녀와 다름없이 다양한 경험과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이 인생 바꾼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 다각화

올해로 7주년을 맞은 라하프는 뮤지컬 극단으로서뿐 아니라 발달장애인 대상 문화예술 교육기관으로도 견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뮤지컬을 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극단 창단 구성원 중 몇몇은 2019년 2월 대학 졸업 이전인 4학년 2학기부터 전문 예술 직업인으로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더욱 의미가 깊은 일은 그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의사 표현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게 됐으며, 자존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김재은 단장은 “수많은 시도 속에 발달장애인에게 문화예술 활동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직접 경험하고 확인한 만큼 이 값진 경험을 더욱 많은 발달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과 나누고 싶다”라며 “한 때는 평범한 한 명의 아줌마였는데 라하프를 시작한 이후 매일 새로운 한계 상황에 직면한다. 발달장애인 뮤지컬 극단을 운영한다는 것은 문화, 예술, 경제, 사회복지 등 거의 모든 것을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만큼 매일 내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지 고민한다. 그런데도 오늘날 자녀의 값진 변화를 마주하고 서 있기에 오늘도 열심히 하는 노력을 그칠 수 없다”라고 말한다.

라하프는 지난 2018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지원으로 발달장애인 대상 문화예술 아카데미를 시작한 이후 현재는 극단 자체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전문 발달장애인 예술가 양성을 위한 ART COLLEGE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프로그램은 올해 미국 뉴욕에 소재한 한 패밀리 재단에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도입해 가기도 했다.

라하프는 발달장애인 극단으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2021년부터 매년 유료로 상업 공연도 진행 중이다. 김 단장은 “올해 정기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준비하고 있다”라며 “무엇보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많은 부모가 관람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그녀는 또 “부모로서 자녀가 장애 판정을 받은 순간의 절망감을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평균’에 집착하는 대신 자녀들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장애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함께 알아갔으면 싶다”라며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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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홍성실은 헤드헌터로 밥벌이를 하는 중에도 한 달에 한 번은 선한 영향력을 펼쳐 나가는 소셜임팩터를 찾아다닌다.

2020년에 ‘재미난청춘세상’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리더 과정에 우연히 참여하며, ‘그들은 왜 사회적경제에 진심인 건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후 사회적경제 속 착한 가치를 발견하며, 착한 이야기가 가능한 널리 알려질 때 비로소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이 가능할 것이란 믿음으로 ‘착한소문쟁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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