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청춘세상 2기 졸업생인 홍성실 선생님이 진행하는 착한소문쟁이 시즌 3, 아홉 번째 이야기 “천왕마을 손길 사회적협동조합”편입니다.
착한 일을 하는 분들에 대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재미난청춘세상이 함께 하겠습니다.
글쓴이 :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출 처 : 소셜임팩트뉴스(www.socialimpactnews.net)
작성일 : 2024년 11월 1일
“결혼하고 11년 동안 9번을 이사한 끝에 천왕마을에 정착하면서 장기적인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잦은 이사로 저학년임에도 세 번째 학교로 전학한 큰아이를 위해 학부모들과 잘 지내면 좋겠다 싶어 학부모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크고 작은 지역 문제들을 인지하게 되고, 야간 근무 이후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주민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 애써 주시는 통장님을 만나며 마을 공동체 활동의 필요성을 새롭게 인식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조금씩 열심을 내다보니 어느새 마을 연합회 회장으로 위임을 받게 됐습니다. 주민들과 더불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각 가정의, 지역의 형편이 조금씩 변화하며 자원봉사만으로는 마을 활동을 지속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이에 그간의 활동들을 계속 이어가는 동시에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누구의 소개도 없이 대학 시절 만나 이제까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절친한 후배 인터뷰에 나섰다. 대학 졸업 이후 학생선교단체 간사로 오랜 시간 일해 오던 그는 언제부터인가 마을 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에는 급기야 일도 그만둔 채 “천왕마을 손길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고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김성우 이사장은 2014년부터 자발적 주민조직인 ‘천왕마을연합회’를 결성, 주민들이 더불어 행복한 지역 마을 만들기를 위해 앞장서 왔던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협동조합까지 창립, 그 무거운 책임을 기꺼이 지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그의 이야기 속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와 행복에 대해 한 번쯤은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싶다.
학부모 모임 참여하다 지역의 크고 작은 문제 인식,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천왕마을 손길 사회적협동조합 김성우 이사장의 천왕마을 사랑은 2011년 즈음 시작됐다.
결혼하고 11년 동안 9번을 이사한 끝에 천왕마을에 정착, 장기적인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게 된 김 이사장은 초등학교 저학년임에도 이미 두 번의 전학을 통해 크게 맘고생 한 첫 아이를 위해 학부모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오랫동안 거주할 동네이니 학부모들과 잘 지내면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데도, 성장해 나가는 데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학부모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지역 문제들을 속속들이 인지하게 됐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는 직접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내 일처럼 돕는 통장과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야간 근무 이후 잠깐의 휴식 이후에는 주민들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통장의 헌신적인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은 김 이사장은 학부모 모임뿐만 아니라 지역 사랑방 모임에까지 참여하며 지역 주민들과의 유대 관계를 더 깊게, 더 넓게 확대해 갔다.
천왕마을은 2011년 입주를 시작했지만, 상가는 물론 변변한 편의시설 하나 마련돼 있지 않았다. 특히, 다자녀 혜택을 통해 입주한 세대들이 많은 상황에서 자녀 교육을 위한 학원 하나 없는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뭔가 해 보자는 열의가 높았다. 때마침 서울시도 마을 공동체 활동을 독려했다. 이때부터 김성우 이사장은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마을 공동체 활동을 위한 컨설팅도 받으며, 마을에 꼭 필요한 일들을 하나씩 추진해 나갔다.
처음 5년여 동안은 지역 교회의 일부 공간을 빌어 ‘사랑의 카페 문화센터’를 운영하며 주민들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 활용했다. 재능 있는 주민들이 강사로 자원봉사에 나서 많을 때는 한 달에 38개의 강좌가 진행됐다. 자녀들은 물론 어른들을 위한 교육이 다채롭게 준비돼 연간 4,000여 명이 함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성우 이사장은 2014년 자발적 주민조직인 천왕마을연합회 회장으로 공식 위임받았다. 이후 마을 활동을 보다 안정시키기 위해 7단지에 마을회관 공간을 확보하고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입주 당시 주로 초등학생이던 자녀들이 청소년이 되며 지역에 즐길 만한 공간이 없자 마을회관에 노래방 기기를 설치해 코인노래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 수년 전부터 제로웨이스트샵을 마련해 상시 운영하며 지역 주민들의 친환경 생활을 독려하고 있다.
마을 공동체 활동 지속을 위해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에 나선 조합원들 모습 /
천왕마을 손길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코로나로 위협받은 마을 공동체 활동,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으로 돌파구 마련 시도
위기는 코로나19와 함께 닥쳤다. 마을회관 운영을 위해서는 매달 20여만 원 정도의 관리비가 소요되는데 모이는 것 자체가 어렵다 보니 운영진이 자비를 털어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이니 그 정도 투자야 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지만 1년을 넘어가니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모든 마을 활동이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상황에 지속해서 경제적인 부담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지리산 나물을 가져다 공동 구매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열심을 내다, 의미 있는 마을 공동체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법적인 책임을 더한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했다. 김성우 이사장은 기꺼운 마음으로 무거운 책임을 떠맡은 채 경제적인 자립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처음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에 각양각색 어려움을 직면해야 했다.
먼저 꽃차에 조예가 깊은 주민과 마을회관에 꽃차 카페를 겸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낼 계획이었으나 현실적인 제약이 따랐다. 이에 아파트 내 상가에 별도로 꽃차 카페 공간을 마련하고 운영을 시작했으나 임대료 등의 추가 부담을 감당해야 하니 쌈박한 해법이 돼 주질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사회적경제 지원 정책조차 예고 없이 변경되며 천왕마을 손길 사회적협동조합의 자립을 위한 생존 계획은 무력화됐다.
김성우 이사장은 "어렵게 사회적협동조합을 시작하고 간신히 예비사회적기업 인증까지는 받았다. 하지만 경제적 자립은 절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 주민들이 정부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일들을 직접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가치는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기업들에 중소기업에 따르는 동일 기준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회적협동조합 경제적 자립 어렵지만 새로운 도전 지속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김 이사장은 쉽사리 포기할 생각이 없다. 이웃들과 동고동락하며 과거 도심에서 결코 맛볼 수 없었던 즐거움과 보람을 몸소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그간 마을 공동체 활동에 함께 참여해 오며 각양각색 재능을 뽐내 온 주민들과 교육사업에 도전할 계획을 준비 중이다.
동시에 김성우 이사장은 천왕마을 구석구석 필요들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천왕마을에 새롭게 유입된 6070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합창단을 만들어 어르신들의 삶에 활력을 더하는가 하면 천왕동에 들어설 예정인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의 환경 유해성을 꼼꼼히 따져 묻고 있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천왕마을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마을 공동체 활동으로 살기 좋은 마을로 계속 변모해 왔다. 청소년문화의 집이 새롭게 들어서기도 하고 천왕역사의 빈 곳이 '버들마을 활력소'라는 새로운 이름의 지역 예술 모임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천왕동 주민들은 이 모든 변화가 저절로 이뤄지는 줄 알겠지만, 누군가의 수고와 노력의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생업까지 잠시 접어둔 채, 때론 곱지 않은 의심의 눈초리까지 받으면서까지 마을 공동체 활동을 지속하는 의미를 물었다. 김 이사장은 "주민들 삶의 질이 개선되며 만족도가 높아지는 과정에 큰 보람을 느낀다. 사람 사는 재미가, 함께 하는 즐거움이 좋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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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홍성실은 헤드헌터로 밥벌이를 하는 중에도 한 달에 한 번은 선한 영향력을 펼쳐 나가는 소셜임팩터를 찾아다닌다.
2020년에 ‘재미난청춘세상’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리더 과정에 우연히 참여하며, ‘그들은 왜 사회적경제에 진심인 건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후 사회적경제 속 착한 가치를 발견하며, 착한 이야기가 가능한 널리 알려질 때 비로소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이 가능할 것이란 믿음으로 ‘착한소문쟁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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