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가나안근로복지관 관장,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4월 7일 업데이트됨

글 :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작성일 : 2021년 4월 5일

*재미난청춘세상 교육과정이 끝나고 사회적경제기업 창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재미난청춘세상과 ‘착한소문쟁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성경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사회적가치를 위해 수고하고 애쓰시는 착한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알아서 함께 응원하고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착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됐으면 싶다.*

우리는 종종 자식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는 장애인 부모들의 이야기를 접하곤 한다. 헌신적인 부모의 지원 없이는 장애인들이 자립해 살아가는 것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경기도 성남에는 40명이 넘는 지적장애인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차별받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착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자 사회적기업이 있다. 가나안근로복지관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복지관의 특별한 장애인 사랑은 지난 1999년 시작되어 매년 더욱 새롭고,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복지관 안팎의 살림살이를 알뜰살뜰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을 한 번이라도 더 웃게 할까 고심하는 이혜정 관장이 있다.

경제학 전공했지만, 교수님 추천으로 장애인기관과 첫 인연

이 관장은 경제학도였지만 진로에 대한 별다른 고민도 없이 4학년을 맞이했는데 담당 교수님이 답답하셨는지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라는 장애인재활복지관에 행정직 직원으로 추천, 지금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선뜻 이해되지 않아 속사정을 파고드니 당시 다리가 불편하셨던 교수님은 성실했던 이 관장에게 높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자신의 가방을 들어달라고 부탁하셨고 이 관장은 그 제안을 오랫동안 흔쾌히 수행했다고 한다. 인터뷰 시작 전부터 재기발랄함이 감춰지지 않던 이 관장이 당시 교수님께 어떤 감동을 드렸을지 가늠이 되며, 그녀의 겸손한 표현처럼 그녀의 오늘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싶었다.

이 관장은 적은 월급에도 4년 넘게 정립회관에서 일하면서 사회복지, 특히 장애인복지에 대한 이해를 공고히 해 갔다. 그리곤 지역주민과의 소통도 경험해 봐야겠다는 결심으로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몰라서 용감했다"…. 38세 젊은 나이에 가나안근로복지관 시설장 임명

하지만 2015년 9월 다시 장애인기관으로 돌아왔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가나안근로복지관이다. 처음부터 그녀가 가나안근로복지관 대표는 아니었다. 사무국장으로 합류해 일하던 중 함께 일하던 시설장이 정년으로 은퇴를 하고 이후 신임 관장이 합류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석인 상황이 발생했다. 그때 그녀는 겁 없이 시설장에 자원하고 나섰다. 사무국장 역할을 잘 수행했던 덕분인지 지지자들도 있었지만, 당시 그녀의 나이는 38세로, 경험과 연륜이 충분치 않다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특히,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장애인 구성원들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익숙한, 아니 친숙한 그녀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는지 이 관장은 2019년 1월 가나안근로복지관의 시설장으로 임명됐다.

4년여 동안 사무국장으로 일해 왔던 만큼 익숙할 만도 할 텐데 상황은 전혀 달랐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무게감이 완전히 달라졌다. 비장애인 직원 18명과 장애인 직원 44명을 합쳐 62명의 급여와 생계, 복지를 모두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인데 뭘 잘 몰라서 나설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복지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매출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다. 또한, 출장도 잦고 신경 쓸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시설장 초기에는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나 대표로서의 외로움을 감내해야 할 때, 그리고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면 솔직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복지관 가족들이 그녀에게 매번 오뚜기같이 다시 일어설 힘이 되어 주면서 회복 탄력성을 키울 수 있었다.

장애인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특별한 사랑이 가장 큰 원동력

장애인 직원들은 매일 이혜정 관장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무한한 애정을 듬뿍 준다. 그리고 장애인 직원들의 가족들까지 이 관장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매번 이 관장의 건강과 안전을 진심으로 염려해 줄 뿐 아니라 기회가 될 때마다 감사와 사랑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한 일상이 이 관장에게는 가장 큰 보람이고 더 큰 힘을 내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가나안근로복지관 장애인 직원들의 존재는 물론 그들과의 소소한 사연들이 그녀를 울게도, 웃게도, 그리고 어떤 좌절도 가볍게 털고 일어날 수 있게 해 준다. 몇 년 전에는 81년생 장애인 직원이 위암으로 갑자기 사망했다. 통증이 서서히 진행됐을 텐데 제대로 표현을 못 하니 아무도 몰랐다. 사태가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져서야 그 직원이 위암임을 알게 됐고 3주 후 그를 떠나보내야 했다. ‘조금만 더 세심하게 살폈더라면’하는 자책감으로 지금도 가장 후회가 되는 순간이 바로 그때다. 하지만 그 지점에서도 그녀를 다시 세운 것은 장애인 동료들이었다. 동료 직원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그가 생전에 즐겨 마셨던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 들고 장례식장을 찾아준 직원, 예를 갖추고자 학생 시절 교복을 차려입고 삐뚤빼뚤 자신의 이름을 적은 부의금 봉투를 수줍게 내미는 직원이 그녀가 힘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돼 줬다.

‘재밌게 일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파

이혜정 관장은 ‘재밌게 일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에 시설장이란 권위는 내려놓은 채 직원들을 대할 때면 매번 웃기려고 농담을 하고 소소한 감동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녀의 꿈은 장애인 직원을 50명까지 채용하는 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그러면 매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출장도, 신경 쓸 일도 더 많아질 텐데 말이다. 장애인 직원들에게, 또한 그 가족들에게 직장과 월급의 의미가 어떤 엄청난 가치를 가지는지 너무 잘 알기에 고단해질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런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이 관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존재에 대한 존중’이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는 사회적가치, 사회적경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주위에 대한 소소한 관심과 실천’이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시작이고 사회적경제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자립도 마찬가지로 특정 기업이나 특정 단체만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나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나누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를 위해서는 소상공인들에게도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이 관장의 생각이다.

이혜정 관장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회적경제조직의 대표라는 막중한 자리에 올라 때론 노심초사하고 울고 웃지만, 또한 정작 자신의 자녀들은 세심하게 돌볼 여력을 갖지 못함에도 가나안근로복지관 직원들과 함께여서 너무 행복하다. 가족 이상으로 복지관 직원들을 사랑하는 이 관장은 지금처럼 그들을 위한 든든한 우산을 들고 나이가 들고 싶다.

이혜정 관장과 인터뷰하는 동안 여러 번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메었다.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그렇게 큰 사랑을 담고 있는 그녀가 있는 한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님들의 걱정과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관장의 제언처럼 모두가 주변을 돌아보며 남을 배려하는 작은 실천에 나선다면 나와 너,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하고 살만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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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ZWgD7o-0v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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