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청춘세상 2기 졸업생인 홍성실 선생님이 진행하는 착한소문쟁이 시즌 3, 다섯 번째 이야기 “송정인더스트리”편입니다.
착한 일을 하는 분들에 대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재미난청춘세상이 함께 하겠습니다.
글쓴이 :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출 처 : 소셜임팩트뉴스(www.socialimpactnews.net)
작성일 : 2023년 11월 27일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20여 년 근무하다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2011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송정인더스트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곳 역시 사회복지법에 기반한 복지시설이니 안주할 수 있었습니다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한 명이라도 많은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취임 때부터 영업사원으로 일선에 나섰습니다. 또한 직원들에게는 나와 일하는 동안에는 장애인, 직업재활, 사회복지라는 기존의 인식은 모두 지운 채 또 다른 사회복지를 하자고 독려했습니다. 그리고 “영업을 잘해야 한다. 세련된 옷차림과 준비된 자세로 고객을 지속해서 만나라” 등등 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 취임 이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송정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도 보강하며 장애인 직원 채용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었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소화아람일터 김행란 대표 소개로 이번에는 여수에 소재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송정인더스트리의 김영화 대표를 찾았다. 거리 부담감 때문에 1년 넘게 만남을 망설여 왔던 후였다. 하지만 전화 한 번에 흔쾌히 귀한 시간을 내어 줄 뿐 아니라 인터뷰 일정을 코앞에 두고 전달한 질의서에는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정성껏 답변을 달아 미리 제공해 주니 먼 길에 대한 부담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기대감으로 한껏 차올랐다. 특히, “If I have not love(charity), I am nothing”이라 표시된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에서 진정성을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분이라 짐작이 됐기에 더욱 그랬다. 반면, 오랜 세월 애써 왔음에도 우리나라 장애인 직업재활 현실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음을 시사하는 답변 속에서 마음이 복잡하기도 했다. 내년 은퇴를 앞둔 그의 이야기 속에서 장애인 직업재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해법은 없을지 함께 고민해 봤으면 싶다.
취임 직후 영업사원 자처…2년 못 미쳐 경영 안정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송정인더스트리의 김영화 대표는 여수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동행이 운영하던 장애인 거주시설 ‘동백원’에서 근무하던 중 2011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991년에 설립되어 커튼과 블라인드를 생산하며 장애인들에게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던 송정인더스트리 원장으로서 새로운 직임을 맡게 된 것이다. 당시 송정인더스트리는 이미 시장 경쟁력이 있는 고품질의 커튼, 블라인드, 버티컬을 스물두 명의 장애인 직원들과 생산해 내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영업 부진으로 매달 장애인 직원들을 위한 급여를 마련하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김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현장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때마다 직원들과 동행하여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송정의 제품과 기술력을 효과적으로 잘 알릴 방법 등을 세밀하게 가르쳤다. 또한 “나와 함께 일하는 동안에는 장애인, 직업재활, 사회복지라는 기존의 인식은 모두 지워라.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한 명이라도 많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사회복지를 하자.”라고 독려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영업을 잘해야 한다. 세련된 옷차림과 준비된 자세로 고객을 지속해서 만나라.”라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 같은 선진기업도 미래를 대비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확장하지 않느냐?”라며 커튼, 블라인드 등은 지역경제, 건설경제 현황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인 만큼 새로운 아이템 구상도 열심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 결과 송정인더스트리는 김영화 대표 취임 2년도 채 되지 않아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사업 아이템도 복사 용지와 갓김치까지 확대, 목표했던 대로 장애인 직원을 두 배가량 증원할 수 있었다.
2011년부터 송정인더스트리 운영을 책임져 온 김영화 대표 / 송정인더스트리 제공
견실한 중소기업 면모 갖췄지만, 지속적인 성장은 한계
이후 송정인더스트리는 갓김치 대신 문서 파일류, 마스크를 사업 아이템으로 추가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 결과 김 대표 취임 당시 5명이던 비장애인 직원은 14명으로, 22명이던 장애인 직원은 47명으로 60명 이상의 직원을 둔 견실한 중소기업 규모의 면모를 갖췄다. 영업도 얼마나 열심히 해 왔는지 이제는 전라남도와 광주지역의 거의 모든 관공서나 학교에서 송정인더스트리의 제품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더 이상의 성장을 도모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공기관들이 사회적기업 제품을 일정 비율 구매해야 하는 법률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반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엄밀하게는 복지시설로 나라장터를 통한 조금 더 규모가 있는 낙찰사업에는 참여조차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라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어 사업을 더 키우고 싶어도 정책적인 제약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늘리고 싶어도 제조과정이 단순하면서도 많은 인력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하며, 관공서를 중심으로 빈번하게 수요가 이뤄지는 품목이어야 하니 제약이 많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또한, 설령 새 사업 아이템을 어렵게 모색하더라도 추가 공간 확보 등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하기에 도전이 쉽지 않다고 한다.
2023년 2월 기준으로 여수시에 등록된 장애인은 총 1만7,680명이다. 이중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은 1만1,394명이다. 그런데 송정인더스트리를 포함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4곳뿐이다. 게다가 여수는 여수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장치산업이 주류를 이뤄 임가공업체들이 거의 없어 직업재활 훈련을 충분히 받은 장애인이라도 갈 곳이 많지 않다.
장애인 일자리, 복지 이상의 가치를 담은 인식 및 정책 필요
김영화 대표는 “일터가 있는 장애인들은 표정부터 다르다. 일을 통해 돈을 벌면서 삶의 태도, 보람, 성취 수준 모두 다 달라진다.”라며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똑같다. 그런 만큼 장애인 일자리 제공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영국에서는 장애인 직업재활을 위해 복지부, 교육부, 노동부가 유연하게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긴밀하게 협력한다. 일례로 복지부는 장애인들이 일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제도적 개선이나 건강에 신경을 쓴다면 교육부는 장애인들을 위한 노동 교육과 훈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을 진다. 한편 노동부는 장애인들도 근로자의 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전반의 활동을 담당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복지 측면에서 장애인들에게 일을 제공하는 경향성이 짙다. 즉, 근로자로서 완전한 지위와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니 장애인 근로자 한 사람, 한 사람은 물론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들 역시 설령 기업으로서 역량을 갖췄다 할지라도 비즈니스 기회에 제약이 따른다.”라고 덧붙였다.
김영화 대표는 진정한 장애인 직업재활은 장애인들이 자활에 성공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직업재활에 참여함으로써 이 사회 속에서 고립되지 않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믿는다. 그런 만큼 장애인 일자리 확충을 위해 정부와 사회가 인식의 전환과 함께 관련 정책을 개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혜를 모아 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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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홍성실은 헤드헌터로 밥벌이를 하는 중에도 한 달에 한 번은 선한 영향력을 펼쳐 나가는 소셜임팩터를 찾아다닌다.
2020년에 ‘재미난청춘세상’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리더 과정에 우연히 참여하며, ‘그들은 왜 사회적경제에 진심인 건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후 사회적경제 속 착한 가치를 발견하며, 착한 이야기가 가능한 널리 알려질 때 비로소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이 가능할 것이란 믿음으로 ‘착한소문쟁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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