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교육 과정

“장애인 일할 권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졸업생인 홍성실 선생님이 진행하는 착한소문쟁이 시즌 2, 일곱 번째 이야기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소화아람일터”편입니다.

착한 일을 하는 분들에 대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재미난청춘세상이 함께 하겠습니다.


글쓴이 :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출 처 : 이로운넷(www.eroun.net)

작성일 : 2022년 9월 7일

“장애인 거주시설에 오랫동안 근무했는데도 장애인들 역시도 비장애인들과 같이 돈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똑같이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습니다. 그걸 깨닫고 나니 장애인직업 재활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기초부터 배우고 익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비장애인들이 교육 이후 취업을 통해 자립해 나가듯이 장애인들도 동등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장애인복지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재제조 토너 카트리지를 생산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핸인핸부평의 이혜정 원장 소개로, 광주광역시에 있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소화아람일터의 김행란 대표를 찾았다. 올해로 31년째 장애인복지 분야에 몸담은 김 대표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근무하다 어느 날 갑자기 설립 초기 단계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대표로 발령됐다. 이후 장애인 직업재활에 대해 기초부터 배우고 익히며 지금은 40명이 훌쩍 넘는 견실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진정한 장애인복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영역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그들을 더욱더 깊이 이해하게 된 탓에 장애인 당사자 처지에서 실효성 있는 장애인복지 현장을 만들고 싶어서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그들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선택해 나갈 수 있도록 장애인 교육·고용·복지 통합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소화아람일터의 이야기 속에서 보호, 돌봄, 평생교육 중심의 오늘날 장애인복지 정책에 개선의 여지는 없을지 함께 고민해 보자.

장애인 일할 권리 중요성 깨달아 장애인 일자리 제공과 전환 위해 다각적 노력

1992년부터 15년 넘게 사회복지법인 소화자매원 산하의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근무해 오던 김행란 대표는 2008년 1월 같은 법인 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소화아람일터’ 원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받으며 ‘꽤 일 잘한다’라는 평가를 받아 왔던 상황이니 승진 인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시 소화아람일터는 2006년 설립된 이후 비누 만드는 작은 기계 외에는 별다른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관련 협회조차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아 장애인 직업재활에 대해 제대로 묻고 배울 곳이 없으니 김 대표는 좌천이 됐다고 생각했다.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됐지만, 이곳저곳 장애인 직업재활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그렇게 1년을 버티고 나니 장애인 직업재활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즈음 광주시로부터 사회적기업을 해 보라는 권유에 겁도 없이 장애 근로인 15명으로 예비사회적기업 등록을 마쳤다. 사회복지사가 어떻게 비누를 잘 만들어 어디에 팔 것인지 고민이 깊었던 상황에서 일정 기간이지만 고용노동부에서 장애인 월급을 지원해 준다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서였겠지만,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월급을 줄 수 있으니 마냥 신이 났다.

김행란 대표는 어느 날 장애인 근로자들과 함께 한 시간 추가 근무를 했던 날을 잊지 못한다. “한 시간 일 더 하면 월급을 얼마나 더 줄 거냐?”라는 한 장애인의 물음에 돈의 중요성은 물론 필요성, 좋음에 대해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장애인 직업재활을 정말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회복지사 직원들과 함께 좋은 비누 만들기는 물론 경영철학과 마케팅 정신으로 재무장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김행란 대표는 “월급을 받는 장애인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알게 됐다. 스스로 번 돈으로 명절이면 가족들의 선물을 준비하며 얼마나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지 지켜보며, 장애인들에게도 비장애인들과 같이 일할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광주지역에 소재한 장애인 특수학교를 일일이 찾아가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직업인으로 사는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의 기회를 주자고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선생님들도, 학부모들도 소화아람일터까지의 이동 문제 등을 이유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소화아람일터 직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훈련까지 담당하기로 자처하고 나서 학생들에게 직업훈련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부적응 상황에 대한 우려로 소화아람일터에서 안주하기를 원하는 장애인 근로자들과 훈련생들은 물론 그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로의 도전을 지속해서 독려하는 동시에 제이턴(J-Turn)이라는 서비스도 마련해 피치 못한 상황에서는 소화아람일터로 언제라도 되돌아와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역사회로 일자리 전환 이후에도 2주에서 많게는 한 달 이상 출퇴근 훈련을 지원하기도 하고, 개별 방문과 간담회 자리를 통해 일반 직업 현장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바쁜 일정에도 지속해서 자기 계발을 위해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김행란 대표 모습 / 소화아람일터 제공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을 보호와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는 견해가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그조차도 장애인 개개인이 직업훈련 이후 일할 기회를 얻어보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그간 80여 명의 장애인 일자리 전환을 이뤄내며 안타까운 상황에도 많이 직면했다. 일반 직업 현장에서 동료들과 제대로 된 소통도 없이 단순 업무로만 온종일 보내는 장애인을 볼 때면 일자리 전환 선택이 맞았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장애인 당사자가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기까지 충분히 기다려 준다. 왜냐하면 그런 시간과 경험을 통해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소화아람일터가 직업재활을 통해 자립을 준비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경유지가 되어 순환구조를 만들어 주고 싶다. 이에 현장에서는 서로 다른 부처 주관하에 운영되는 까닭에 긴밀한 연계가 어려운 장애인 교육과 고용, 복지 서비스를 가능한 통합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보다 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은 기본…친환경 노력으로 사회적 책임 이행에도 동참

소화아람일터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조직인 만큼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는 김 대표의 경영철학에 따라 비누를 비롯한 가정세제류 제품 일체를 친환경으로 만들어 낸다. 값싼 제품을 찾는 고객의 요구에 유혹도 있었지만 소화아람일터의 사회복지사 직원들은 주말이면 서울까지 방문, 좋은 비누 만들기 공부를 하고 주중에는 전파 교육에 힘썼다. 또한, 각종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사람과 자연 모두를 건강하게 살리자는 뜻을 담은 ‘흰여울’ 브랜드도 탄생시켰다. 그리고 비누 포장재도 쉽게 분해가 가능한 옥수수전분 패키지를 활용하는 등의 노력으로 경쟁이 심한 세제 시장에서 “흰여울 제품은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상품”이라는 인식을 확산하며, 2011년 6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이후에도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소화아람일터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37명이다. 이 중 22명은 장애인 사원이고 15명은 직업훈련을 받는 훈련생이다. 인적 성장도 주목해볼 만하지만 소화자매원 내 거주시설 밖 재가 장애인들이 주로 소화아람일터를 찾아 자립을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더 고무적이다.

김행란 대표는 “소화아람일터 직원들은 비누뿐 아니라 친환경에 관한 공부에도 진심이다. 판매 중인 친환경 미생물 샴푸도 플라스틱 용기 없이 공급하기 위해 샴푸 바(bar)로 개발 중이며, 지역민들과 함께 생활 속 친환경 실천을 독려하고자 제로웨이스트샵 오픈도 준비 중이다. 또한, 의류가 생산, 폐기되기까지 배출되는 탄소량이 항공기 운항으로 발생하는 탄소량보다 많다는데 착안해 중고 의류 재판매 사업도 곧 새롭게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호와 돌봄, 평생교육 중심의 장애인복지, 적극적으로 개선책 모색 됐으면…

김 대표는 올해로 15년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몸담고 장애인들이 일할 권리를 찾아 지역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바람직한 장애인복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한다. 그 여정에 제약이 많고 더딘 것도 사실이지만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에서 장애인복지 정책과 현장이 바뀌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장애인 정책은 보호와 돌봄, 평생교육 위주로 방향이 잡혀 있어 안타깝단다.

김행란 대표는 “오늘날 장애인복지 정책이 그때그때 현장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완성됐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처지에서 재정리와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장애인은 보호 대상’이라는 편견을 깨야 하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몇 년 전 독일에 방문했을 때 장애인 특수학교에 비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학 신청을 받아 시범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 당시 장기적인 성과까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단기적으로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비장애인은 물론 장애인 학생들까지 모두 좋은 방향에서 인성이 변화되는 것으로 조사돼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는 얘기를 들었었다”라며 “우리나라도 장애인 예산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이제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가 새롭게 이뤄졌으면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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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홍성실은 20여 년 동안 PR 대행사에서 일하고 6년째 헤드헌터로 밥벌이 중이다. 2020년에 ‘재미난청춘세상’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우연히 참여하며, ‘그들은 왜 사회적경제에 진심인 건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후 사회적경제 속 착한 가치를 발견하며, ‘착한소문쟁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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