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실 들꽃청소년세상 대표, 일평생 탈 가정 청소년 돌보고도 "해 준 게 없어요."

4월 21일 업데이트됨

글 :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작성일 : 2021년 4월 13일

*재미난청춘세상 교육과정이 끝나고 사회적경제기업 창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재미난청춘세상과 ‘착한소문쟁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성경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사회적가치를 위해 수고하고 애쓰시는 착한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알아서 함께 응원하고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착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됐으면 싶다.*

1994년부터 2013년까지 19년 동안 그룹홈을 만들고 탈 가정 청소년들의 가족으로 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고, 존중하며 그들에게 필요한 일이라 판단되면 하는 일도 늘려갔다. 이렇게 돌봄이 필요한 8명의 청소년과 밥과 잠자리 나눔으로 시작한 그룹홈 '예수가정'은 오늘날 서울지부, 경기지부, 전북지부는 물론 탄자니아, 네팔, 몽고 지역을 커버하는 해외지부까지 둔 사단법인 들꽃청소년세상으로 발전했다. 또한, 처음에는 청소년들의 생존권과 발달권 보장을 위해서만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청소년들의 참여권 보장을 위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도 남편인 김현수 이사장과 함께 들꽃청소년세상을 이끄는 조순실 대표는 인터뷰 내내 "특별히 한 게 없다.", "내가 해 준 게 없다.", "곁에 있어 줬을 뿐이다.", "각 지부의 센터장들과 실무자들이 한 일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힘이 있다."라는 이야기만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교회 찾은 탈 가정 청소년들에게 밥과 잠자리 제공하다가 '가족'으로 살다.

1994년 어느 여름날 새벽, 남편인 김현수 목사가 운영하는 반지하 교회에 가니 여덟 명의 아이들이 뒤엉켜 자고 있었다. 그래서 아침밥을 지어 먹여 보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아이들은 계속 교회를 찾았다. 겨우 11살부터 14살 난 아이들이었다.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의 각 가정을 방문했다. 그런데 그 어린 나이에도 집을 나와 방황해야 하는 나름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갖고 있었다. 정부 기관도 방문해서 도울 방안을 모색해 봤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함께' 살기로 했다.

정작 문제는 겨울이 되면서 발생했다. 더 큰 청소년들이 추위를 피해 교회에 찾아 들었고 그들 사이에 위계질서가 생기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당시는 '그룹홈'이란 개념조차 몰랐지만, 가정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주변에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과 아이들을 나누어 돌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순실 대표는 2013년까지 19년 동안 300여 명의 탈 가정 청소년들의 가족이 되어 살았다. 그리고 1998년에는 그룹홈협의회를 결성하여 시설 보호기관 지원 중심이던 아동복지법 개정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하며 2004년에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첫 2년은 연이은 사건과 사고 속…, 많이 울었다.

탈 가정 청소년들과 살기 시작하고 첫 2년이 가장 힘들었다. 연이은 사건과 사고 속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함께 사는 아이들은 아니더라도 약물 하다 뛰어내리고 가스 흡입으로 폐가 팽창해 사망하는 청소년을 마주해야 했다. 또한, 어느 날은 그룹홈의 중학교 청소년이 귀갓길에 고교생들에게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은 사건도 수습해야 했다. 참 예쁘고 똘똘한 학생이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당시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려웠다. 무지해서 용감한 결단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청소년들이 밉지 않았고,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청소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하나님이 좋은 마음을 주셨는지 늘 청소년들의 '안전'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마음이 아주 단단해졌다. 그리고 이후 감사하게도 들꽃청소년세상은 크고 작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진행하며 지경을 넓힐 수 있었다.

청소년들 안길 품을 넓히다.

들꽃청소년세상이 처음 터를 다진 곳은 경기도 안산이다. 덕분에 안산에는 들꽃청소년세상이 운영하는 그룹홈만 7개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더 좋은 경험과 영향을 주고 싶기도 하고 거리의 청소년들이 아직 너무 많다는 판단에 2007년에 서울시 관악구 난곡에 서울지부를 설립하고 들꽃청소년연구소도 개소했다. 이후 서울지부는 2개의 그룹홈은 물론 시설퇴소 청소년들을 위한 관악들꽃청소년자립지원관과 아담스지역아동센터, 움직이는청소년센터 '엑시트(EXIT)'까지 다양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전라북도 군산에 전북지부를 설립하고 청소년자치연구소인 '달그락달그락'을 개소해 청소년 자치활동 지원까지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제 들꽃청소년세상의 주인공은 지역사회 속 모든 청소년이다. 그리고 생존권과 발달권 보호를 넘어 참여권 지원을 통해 청소년들이 저마다 주도적인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조순실 대표는 "우리 청소년들이 너무 훌륭하다. 특별히 해 준 것이 없는데도 자신들의 삶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성장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청소년들 곁에서 머물며 지경을 넓혀 올 수 있었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단다.

청소년들의 건강하고 존엄함 삶을 위해 지속 가능을 기도하다.

들꽃청소년세상은 여전히 작은 규모지만 다양한 사업영역을 진행 중인 만큼 인적인, 그리고 물적인 지원이 매우 필요하다. 이에 2014년부터는 법인 차원에서 각 센터를 어떻게 잘 지원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것이 조순실 대표의 주된 역할이 되었다. 조순실 대표는 그룹홈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신앙심이 깊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들꽃청소년세상을 통해 이루어진 일들을 보며 믿음이 견고해졌다. 이에 청소년들의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들꽃이 지속 가능할 수 있기를 열심히 기도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한 자립지원관의 경우 사업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청소년들이 자립하기까지 진로 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할뿐더러 1년이라도 주거비를 지원할 수 있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충분한 사업비 마련도 조순실 대표의 큰 기도 제목이다.

조순실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이다. 이웃사랑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는 데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게 조순실 대표의 생각이다. 들꽃청소년세상을 통해 가장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더욱 절실히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자식은 사회가 함께 키우는 것이다."

조순실 대표가 탈 가정 청소년들과 함께 살기로 했을 때는 조 대표의 자녀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목사인 남편과는 같은 뜻을 품었으니 이견이 없었겠지만 한창 예민할 수 있는 나이의 딸 아이는 달랐을 터였다. 자신의 부모는 물론 자신의 공간을 탈 가정 친구들과 나눠야 하는 상황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때 정성껏 딸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준 것은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매년 어린이날이면 탈 가정 아이들과의 체험 행사를 위해 바빴던 부모를 대신해 딸 아이와 함께해 준 것은 아이의 친구들이었다. 조순실 대표는 그때 "자식은 사회가 함께 키우는 것"이란 사실을 실감했다. 그리고 어려울 수도 있었던 어린 시절을 ‘공동체의 삶’으로 의미 있게 재해석하고 수용하며 성장한 딸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조순실 대표가 생각하는 사회적경제, 사회적가치는 "높은 산을 깎아서 골짜기를 메우는 것"이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존엄성을 다치지 않으면서 더욱 손쉽게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들이 행복하면 세상이 밝아진다."라는 뜻을 가지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세계를 꽃피워 나갈 수 있도록 기꺼이 '넓은 마당'을 제공하고 있는 들꽃청소년세상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경제 실천장이지 싶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조순실 대표 삶의 이야기에, 그리고 들꽃청소년세상의 성공적인 여정에 여러 번 놀라고 감동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마다 조순실 대표는 정색하며 "제가 한 것은 하나도 없다."를 연발했다. 그러면서 사고뭉치였을 청소년들을 표현할 때는 훌륭하다는 수식어를 빼먹지 않았고 '감사'는 반복되는 추임새처럼 사용하셨다.

들꽃청소년세상의 조순실 대표와의 만남 이후 봄을 맞이해 곳곳에 피어있는 들꽃들을 더욱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어떤 들꽃도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다.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우리의 청소년들을 그동안은 왜곡된 시선이나 인내가 부족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깊은 반성과 함께 들꽃청소년세상의 작은 후원자로 동참해 보리라 결심해 본다.


*인터뷰 내용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 좋아요! 꾸욱~

https://youtu.be/V0ZLecuYl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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