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교육 과정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졸업생인 홍성실 선생님이 진행하는 착한소문쟁이 시즌 2, 두 번째 이야기 “도로시앤컴퍼니”편입니다.

착한 일을 하는 분들에 대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재미난청춘세상이 함께 하겠습니다.


글쓴이 :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출 처 : 이로운넷(www.eroun.net)

작성일 : 2022년 4월 20일

“돌고 돌아 로컬 기반의 지속 가능한 일상을 돕기 위해 창업에 나섰습니다.”

군포시 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지원센터 권연순 센터장의 추천으로 ‘도로시앤컴퍼니’의 박설인 대표를 만났다. 로컬 기반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목표로 교육 및 컨설팅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토교통부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젊은 시절 우연한 기회에 저소득층 자활 지원사업을 돕다 ‘생산적 복지’의 매력에 빠져 사회적경제와 첫 인연을 맺으며, 국내 사회적경제 발전 여정에 함께 해 왔다. 사회적기업들이 각 시대의 문제지점에서 나름의 가치 있는 성과를 내왔음에도 종종 '정부의 재정만 축낸다'라는 부정적 인식을 받는 게 안타까워, 2015년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 연구’를 통해 새로운 평가 기준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녀의 남다른 사회적경제 사랑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다시 되짚어 봐야 할 사회적경제 본질을 마주해 보자.

저소득층 자활 지원사업 함께 하며 ‘생산적 복지’ 매력에 빠져

박설인 대표는 대학에서 건축을 잠깐 공부했던 인연 덕분에 2005년 김해에서 우연히 저소득층 자활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김해지역자활센터가 저소득계층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집수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박 대표를 찾은 것이다. 당시 박 대표는 일해야 생계비를 지원하는 형태의 ‘생산적 복지’가 너무 좋았다. 정부는 저소득계층의 주거복지 환경 개선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고, 저소득계층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받으며 상호 간 필요를 채울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신이 났다. 이에 박 대표는 주거복지 이외에도 자활센터에서 잘 할 수 있는 정부의 문제지점을 찾아 지속해서 해법을 모색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문제는 대부분의 자활센터 구성원들이 3년이 지나도 센터를 떠나 온전한 자립을 이루는 대신 센터에 계속 머물기를 희망하는 것이었다. 자활센터의 궁극적인 목표에 반하는 상황이다. 김해지역자활센터는 다시 자활기업 창업에 도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해법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직접 자활기업 대표까지 맡아 전 과정을 함께 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당사자들이 주인이 될 때까지만 돕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확신했기에 자활기업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견실하게 자리를 잡자 대표직을 내려놓고 김해에서의 8년여 자활 인생을 접고 서울행을 택했다.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며 선한 영향력 이어온 사회적경제

박설인 대표는 서울에서는 전국 자활기업이 만든 (사)주거복지협회에 새롭게 터전을 마련하고 김해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어려운 가정들의 주거복지를 돕기 위한 활동을 지속했다. 이후 주거복지 이외에도 새로운 사회적경제 분야로 경험을 확장해 보고 싶어 ‘신나는조합’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사회적기업 인증 업무를 담당하며 1년에 두 차례씩 사업 보고를 받아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수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사회적기업을 일반 영리기업 관점에서 평가하는 게 문제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즉, 사회적기업을 위한 제대로 된 평가 기준이 부족하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설상가상, 그즈음 자활기업을 비롯한 사회적기업들이 저소득계층의 주거복지, 재가요양 지원 등 정부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담당해 왔음에도 정부로부터 인건비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비판적 견해도 속속 생기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2015년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 연구’를 수행하며 사회적기업에 대한 새로운 평가 기준을 제시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고용노동부에서도 2016년 사회적기업 대상으로 생존율 조사를 시행했고 '사회적기업들이 일반 소기업, 중소기업들보다 생존율이 높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즉, 사회적기업들이 인건비 지원이 이뤄지는 일정 기간 이후에도 처음 의도했던 착한 영향력을 지속하며, 견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낸 것이다.

박설인 대표는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들은 선한 영향력을 추구하는 가운데 정부가 직접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며 그 명맥을 이어왔다. 그런 만큼 새롭게 바로 잡아야 할 부분들은 바로 잡아야겠지만 그간 이뤄온 가치와 성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규모의 성장보다는 본질을 위한 다양한 발전방안 및 평가 기준 필요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 역사는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다. 이에 정부가 주도해 지역별로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을 두고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특히 양적 성장을 독려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온 측면이 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가 돼야 의미 있는 수준의 경제적 지원도 가능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이 드디어 3천 곳을 넘었다. 또한 반갑게도 생존을 우려하는 수준을 넘어 상당한 규모의 경제를 이룬 사회적기업 성공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회적기업 중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설인 대표는 견실한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천편일률적으로 규모의 성장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경제를 해 보자고 시작한 만큼 ‘착한 영향력’이라는 사회적경제의 본질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모의 성장에 집중하다 보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퇴색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박 대표는 여러 개의 작은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자생하며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반갑게도 사회적 가치지표(Social Value Index, SVI) 등 사회적경제 기업을 평가하는 고유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여전히 작은 규모의 소기업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며, 기업들이 성장단계에 따라 다른 척도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측정지표를 정교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경제성에 대한 평가를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설립 초기의 사회적경제 기업 대상으로는 '아이디어와 노력도'에, 5년 이상 된 기업들의 경우는 '사회적경제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게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지'에 각각 무게중심을 두고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사회적경제가 본질과는 달리 오해를 받기도 하고 사회적경제 기업들 안에서도 경쟁이 심화하는 양상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함께 하려고 했던 출발점을 기억하며 함께 하는 여정 속에서 서로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제로웨이스트 스토어 ‘오즈타운’과 박설인 대표 / 도로시앤컴퍼니 제공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돌고 돌아 ‘지역문제’에 올인

박설인 대표는 신나는조합 이후에는 인천광역시 중간지원조직에서 센터장으로서 활동하며 사회적경제 조직을 늘리는 데 앞장섰다. 그러다가 지난 2020년 4월 "로컬 기반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겠다"라며 사회적경제 교육 및 컨설팅기업 ‘도로시앤컴퍼니’를 직접 창업하고 나섰다. 일본의 지역 상생에 관한 연구 자료를 보다 도시재생에 관심을 두게 됐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국제화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지역의 생산능력이 떨어지면 큰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지역의 소멸이 궁극적으로는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이미 한국에서도 없어지는 마을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행정기관들이 마을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실정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도로시앤컴퍼니를 창업한 이후 각 지역을 찾아 사회적경제 확산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강원도 철원군, 정선군 등지의 몇 개 마을에서는 컨설팅 작업을 마쳤다. 궁극적으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주체는 지역민들 당사자들이다 보니 수개월씩 시간을 투자해 해당 지역을 찾아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함께 함으로써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생 방안을 마련하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지만 제로웨이스트 가게 ‘오즈타운’의 문을 연 것도 지역 주민 수익 모델 연계 컨설팅 과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싶어서다.

박 대표는 “로컬 기반의 사업이 절대 쉽지 않다.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위해, 마을을 위해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심으로 작은 것에 집중할 때 비로소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만들어진다”라고 설명했다.

박설인 대표는 왜 회사 이름이 도로시앤컴퍼니인가라는 질문에는 “같이 하는 여정 속에서 바보도 지혜를 발휘하고 없었던 용기도 생기는 그러한 여정을 가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경제를 어렵고 지루하다고 느끼거나 너무 이상적인 개념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착한 영향력을 통해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재미있는 여정이다. 그런 만큼 보다 많은 사람이 사회적경제에 대한 오해 없이 재미나게 느낄 수 있도록 모양과 형태는 다르지만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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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홍성실은 20여 년 동안 PR 대행사에서 일하고 6년째 헤드헌터로 밥벌이 중이다. 2020년에 ‘재미난청춘세상’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우연히 참여하며, ‘그들은 왜 사회적경제에 진심인 건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후 사회적경제 속 착한 가치를 발견하며, ‘착한소문쟁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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