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이주 노동자들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 농장을 일굽니다”
- 주인장

- 8월 1일
- 5분 분량
재미난청춘세상 2기 졸업생인 홍성실 선생님이 진행하는 착한소문쟁이 시즌 3, 열한 번째 이야기 “트립티”편입니다.
착한 일을 하는 분들에 대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재미난청춘세상이 함께 하겠습니다.
글쓴이 :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출 처 : 소셜임팩트뉴스(www.socialimpactnews.net)
작성일 : 2025년 8월 1일
“코로나 사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던 트립티에게도 큰 위기였어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점차 버거워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공간이라도 바꿔 봐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 최정의팔 대표께 제주로 가자고 제안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제주에 제3 세계 청년들을 교육하고 훈련하기 위한 센터를 하나 만들자고 했던 생각이 번뜩 떠올랐던 거죠. 한창 어려웠던 때니 모두가 반대했어요. 하지만 최정의팔 대표는 가족들 동의를 받아 집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기로 하고 선뜻 제주행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발 벗고 나서 주셨어요. 다소 무리한 결정이었지만 트립티는 이제 커피 사업 이외에도 제주서 이주 노동자들이 함께할 수 있는 사회적 농장을 일구기도 하고 판로가 없는 제주 농민들을 돕기도 하는 등 ‘선한 이웃’으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주를 찾는 김에 열대작물 농장인 ‘뜨렌비팜’과 주민사업체 ‘(주)사탕수수’를 운영하며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고 있는 정현석 대표가 일찌감치 추천해 줬던 트립티 박미성 대표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추천을 받았을 당시에는 커피 한 잔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해 온 사회적기업 트립티의 최정의팔 대표를 이미 인터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그곳에서 상임이사로 함께 일하던 박미성 대표까지 굳이 다시 인터뷰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2022년 어느 날부터 제주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고 이후 커피 사업 이외의 다양한 소식을 전해오는 트립티의 수상한(?) 행보와 함께 대표 변경까지 그 배경이 궁금해졌다. 트립티와 트립티 박미성 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상황과 시간의 변화 속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할 수 있는 우리네 인생의 모습을 가늠해 볼 뿐 아니라 본연의 가치는 굳건히 지켜가되 유연한 대응으로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멈춤이 없는 행보 속에서 다가오는 삶을 어떻게 준비해 나갈 것인가 함께 고민해 봤으면 싶다.
코로나 위기 속 공간의 변화로 숨 고르기 시도
이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2009년 시작된 사회적기업 트립티는 ‘국경을 넘어 모두에게 행복한 이웃이 되어 주는 것’을 비전 삼아 비교적 안정적으로 시장에서 자리매김해 왔다. 국내에서는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제공하는 공정무역 원두만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커피 사업을 통해 이주민, 장애인, 청소년 등 취약계층에 지속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며 크고 작은 성과를 내왔다.
또, 네팔을 중심으로 태국, 베트남의 자립을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까지 활발하게 전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트립티에게 조차도 코로나 사태는 위기를 가져다줬다. 개업한 지 일주일 만에 폐업하는 매장이 생기기도 하고 세계 각국의 자립을 돕고자 도모했던 수많은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럼에도 트립티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야 하는 사람들은 트립티와 동고동락해 온 28명의 직원이었다. 이에 당시 최정의팔 대표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하는 등 트립티 시작부터 함께해 왔던 박미성 상임이사의 고심도 깊어만 갔다. 그래도 직원들을 지켜내야 했기에 견디기를 계속하던 중 먼저 지쳐 버린 것은 박 상임이사였다.
박미성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어느 날은 아침 눈을 뜨는 것조차 두려웠어요. 이에 일하는 공간이라도 바꿔 보면 스스로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에 무작정 최정의팔 대표에게 제주로의 공간 이동을 제안했죠. 전에 제 3세계 청년들을 교육하고 훈련하기 위한 공정무역센터를 제주에 세워보자고 했던 생각이 불현듯 났거든요. 새로운 투자를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대부분 반대를 했어요. 하지만 최정의팔 대표는 저와 함께 투자금 마련에 함께 나서며 제주행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발 벗고 나서 줬습니다”라고 밝혔다.

제주에서 운영하던 제주트립티 책방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박미성 대표의 모습 / 홍성실 제공
수많은 역경 속 제주에서 주력할 사업 방향 확정
하지만 트립티가 제주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우선 제주도에 내려가 조그만 회의실과 사무실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높은 임대 비용이 문제가 됐다. 이때 우연히 발견하게 된 곳이 숙소와 회의실, 그리고 카페 공간을 모두 갖춘 문하우스였다. 트립티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사업을 진행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10여 개에 달하는 숙소에 아시아 청소년들을 초청, 머물게 하면서 카페에서 교육과 각종 모임을 진행하며 공정무역을 홍보하고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또한 로스팅실은 사무실로 활용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이에 트립티는 2022년 3월 중순 제주에 새로운 거점 마련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3월 말까지 보증금과 연세 1억 5천만 원을 준비하기로 했다. 최 대표가 집을 담보로 1억 원을 대출받고 나머지 비용은 박 상임이사가 준비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당시 주택 안정을 위한 주택 자금 외에는 은행에서 대출을 불허하며 발생했다. 제주로 공간 이동을 포기해야 하는 피치 못한 상황에 봉착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157명의 사람이 단 일주일 만에 1억 6천여만 원을 모금해 주며, 무사히 잔금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그간 트립티와 최정의팔 대표가 어떤 여정을 걸어왔는지 가늠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인 양, 발 벗고 도움을 준 것이다.
트립티는 그렇게 어렵사리 제주에도 거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되자 새롭게 세 가지 사업 방향을 정했다. 첫째는 공정무역센터를 제주특별시에 설치하여 국제도시로서 제주도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었다. 트립티가 성북구에서 운영하는 성북구 공정무역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경험을 살리면 될 일이라 판단했다. 둘째는 외국인들이 3개월간은 무비자로 제주도에 입국할 수 있으니 아시아 청소년을 불러 교육함으로써 이주노동의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즉, 이주민, 느린 학습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트립티에서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삶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육지에서 제주도로 이주한 사람들이 정착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카페 공간을 활용해 매월 제주 미래 디자인포럼을 여는가 하면 제주 미래 교육포럼, 제주 예술가포럼 등의 다양한 모임으로 제주에서 정착하는 데 필요한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과정에서 본사 주소를 제주에 두지 않는 한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수 있음도 새롭게 인지하게 됐다. 그래서 트립티는 장소를 옮기는 것 이상의 더 큰 결심을 하게 됐다. 제주에도 새로운 법인 설립을 위한 준비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정의팔 대표는 박 상임이사에게 트립티 대표직을 수행해 줄 것을 정중히 제안했다. 박미성 대표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그간 모든 힘을 다해 수고해 온 최정의팔 대표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고 싶어 결국 대표직을 수락했다. 그것이 2023년 7월이었다. 박 대표는 “트립티 설립부터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함께해 온 터니 기존과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비교적 쉽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대표가 되고 보니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더라”고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공간 이동으로 새 이웃들 마주하니 새로운 일거리 보여
그 사이 코로나 사태는 종식되고 트립티 본연의 커피 사업은 제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제주로 공간 이동 이후 새로운 이웃들과 인연을 맺게 되니 그들을 돕기 위한 새로운 일거리들이 트립티 눈에 들어왔다. 나이가 들며 농사를 지속하기 어렵거나 농작물을 잘 키워 놓고도 판로를 찾지 못하는 농부들을 효율적으로 돕고 싶어진 것이다. 이에 ‘도시인이 지원하는 농업’이라는 슬로건 아래 생산자는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자는 건강한 먹거리를 구매하도록 귤나무 1년 분양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농부들과 농산물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지난해에는 농업회사법인 제주트립티팜을 설립하고 농장 운영과 함께 이웃들의 농작물 판매는 물론 가공 작업에까지 뛰어들게 됐다.
그리고 제주트립티팜이 운영 중인 농장은 제주에 있는 이주민들이 함께하며, 치유의 공간으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탕수수, 구와바 등 열대작물 키우기에 열심이다. 또한, 시니어들이 이 여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착실히 만들어 가고 있다.
박미성 대표는 “트립티는 오늘도 선한 이웃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하고자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하며 “이제는 제주도 농산물을 활용하여 로컬페어트레이드 제품을 만들어 해외까지 수출하는 날이 오기도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미성 대표는 제주에서의 새로운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제주 미래 디자인포럼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제주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하고 수학하여 졸업 학기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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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홍성실은 헤드헌터로 밥벌이를 하는 중에도 한 달에 한 번은 선한 영향력을 펼쳐 나가는 소셜임팩터를 찾아다닌다.
2020년에 ‘재미난청춘세상’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리더 과정에 우연히 참여하며, ‘그들은 왜 사회적경제에 진심인 건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후 사회적경제 속 착한 가치를 발견하며, 착한 이야기가 가능한 널리 알려질 때 비로소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이 가능할 것이란 믿음으로 ‘착한소문쟁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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