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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교육 과정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 ‘쉬운 정보’로 발달장애인들 살맛 나는 인생을 꿈꾼다!

최종 수정일: 2021년 6월 7일

글 :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작성일 : 2021년 5월 18일

*재미난청춘세상 교육과정이 끝나고 사회적경제기업 창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재미난청춘세상과 ‘착한소문쟁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성경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사회적가치를 위해 수고하고 애쓰시는 착한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알아서 함께 응원하고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착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됐으면 싶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만들어 주는 이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다. 쉬운 정보 제공으로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 싶은데 ‘소소한소통’ 백정연 대표는 지난 2017년 4월 회사를 설립한 이후 올해로 5년째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 사이 직원도 13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단순히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일들을 벌이고 있는 그녀가 궁금해 만나봤다.

해외 ‘이지리드(Easy Read)’ 서비스 접하며 필요성 인식. 겁 없이 사업 도전

백정연 대표는 2004년부터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 일을 시작했다. 워낙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는 맡은바 업무를 척척 잘 해냈다. 그리고 몸치임에도 자발적으로 동료들과 댄스그룹을 만들어 바자와 기관 행사에서 공연하는 등 조직에 신바람을 더했다. 그렇게 즐겁게 일하다 보니 매년 최우수직원상과 우수직원상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급기야는 2009년 사회복지계의 신인상과 같은 ‘새내기사회복지상’까지 수상하는 등 그녀의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쉬운 정보 서비스의 필요성은 몰랐다. 이후 장애인지원센터에서 일하면서 복지부로 파견을 나가 발달장애인법 시행을 준비하며, 해외사례를 모으던 과정에서 인지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지리드(Easy Read)’ 서비스를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국내에도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생각에 어떤 기관 소속으로라도 관련 서비스를 시작해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때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공모 소식을 접했다. 창업을 한다는 것이 어떤 무게를 견뎌야 하는지도 모른 채, 간절한 바람만이 앞서 바로 공모 사업에 신청했다. 그리고 덜컥 공모 사업에 선정되며, 2017년 4월 발달장애인을 위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만들어 주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은 시작됐다.

백정연 대표는 "시각장애인은 점자나 음성 자료를 통해 정보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은 수어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쉬운 정보는 인지적 제약이 있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마땅한 권리."라며 소소한소통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소소한소통이 제공하는 쉬운 정보가 발달장애인들에게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게 백 대표의 설명이다. 외국인, 학습장애 어린이, 어르신들까지 소소한소통의 쉬운 정보를 반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처음에는 정작 힘든 줄 몰랐다”. 하지만 조직 커지며 ‘대표’로서 부담감도 늘어

백 대표는 사업 초기 2~3명의 직원과 일할 때는 정작 힘든 줄을 몰랐다. 당시는 그렇게 바라던 쉬운 정보를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점차 늘면서 13명에 이르니 조직에 대한 고민도 늘고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또한, ‘대표’는 얇고 넓게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배우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과 그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어진다. 가족들은 물론 지인들과 고민을 함께 나누며 바르고 좋은 결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자신을 돌아보는 ‘회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들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108배를 통해 뒤집어 보고, 상대방과 처지를 바꿔 놓고 생각하는 등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후회할 일을 줄여가고 있다. 워낙 급한 성격 탓에 이 모든 것이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백정연 대표가 회사를 운영하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직원들이 ‘소소한소통’을 일하고 싶은 회사라고 느낄 수 있도록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녀는 자신이 직원이라고 가정할 때 꼭 있었으면 좋을 제도들을 하나씩, 하나씩 추가해 가고 있다.

이런 백 대표의 정성이 통했을까? 올 초 그녀는 생일을 맞아 직원들에게서 선물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받았는데 ‘존경한다’라는 표현이 많아 108배의 수고에 보답받은 것 같아 몹시 기분이 좋았다.

쉬운 정보는 단순한 정보 이상의 가치, ‘발달장애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시작점’

하지만 백 대표를 가장 즐겁고, 보람되게 하는 순간은 따로 있다. 쉬운 정보의 주요 고객인 발달장애 당사자들로부터 소소한소통이 만든 정보가 너무 쉽다거나 유용하게 사용됐다는 피드백을 직접 받을 때다.

소소한소통은 매년 창립기념일 때마다 ‘망하지 않고 잘 버틴 것’을 자축하기 위해 특별 이벤트를 기획해 진행한다. 창립 2주년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근로계약서를 개발하고 이후 어디든 필요로 하는 곳이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계약서 덕분에 근로 계약을 잘 할 수 있었다는 피드백을 발달장애 당사자에게 받았을 때가 가장 큰 보람이었다. 소소한소통이 올해 진행하는 특별 이벤트는 “쉬운 정보를 주문하세요!” 프로그램이다.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쉬운 정보 주제를 공모받아 그중에서 2개를 선정, 무료로 쉬운 정보를 개발해 공유할 계획이다.

소소한소통은 최근에는 그간의 노하우를 모두 담은 ‘쉬운 정보, 만드는 건 왜 안 쉽죠?’란 책도 출간했다. 언뜻 이해가 잘 안 가는 대목이다. 쉬운 정보를 만들어 제공하는 일로 돈을 벌고 있는데 돈 버는 비법을 낱낱이 공개한 것이다. 백 대표는 “회사 설립 이후 쉬운 정보를 제공하며 갈고 닦은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갈아 넣었다.”고까지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선택과 결정을 반복해야 하는데 발달장애인들이 소외되는 상황이 속히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그러려면 일상 곳곳에 ‘쉬운 정보’가 많아져야 하고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 다양한 기관에서 모두 알면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쉬운 정보는 발달장애인들에게 단순한 정보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이에 백정연 대표는 발달장애들이 필요한 콘텐츠를 쉽게 만들어 제공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라면 궁극적인 목표는 쉬운 콘텐츠가 쌓여서 그들의 삶이 더욱 살만하게 변화됐으면 하는 것이다. 즉, 쉬운 정보를 기반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세상을 열어 주고 싶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백 대표는 발달장애 가족과 실무자들 목소리도 듣지만, 그보다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교육을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발달장애인들의 즐길 거리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마다 발달장애인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소소한수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백 대표는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영상기술까지 직접 배워 ‘번개 수다’ 등 발달장애인들과 더 다양한 소통 채널을 만들어 보고 싶다.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그 순간, 내가 가장 좋다.”

백정연 대표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기 시작하면서 발달장애인들의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장애복지를 전공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위해 실습은 노인복지기관에서 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순간에 자신이 가장 좋은 사람이 돼 있는 걸 발견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녀가 그간 만난 발달장애 당사자들은 모두 너무 솔직했다. 그런 그들과 함께하다 보면 백 대표 자신도 앞뒤 계산하고 재는 대신 모두에게 솔직해질 수 있어 좋았다. 또한, 그들의 엉뚱하고 발랄한 사고와 행동에 웃을 일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좀 바꿨으면 싶다. 그녀는 “인지적 제약이 있기에 모를 거야”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다양한 창구를 통해 서로 다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 느린 것을 기다려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사회복지하면 ‘봉사한다’, ‘좋은 일 한다’라고 하는데 사실은 너무 즐거워서 한다. 그런데도 그녀의 꿈은 ‘사회복지사가 없는 세상’과 일상에 쉬운 정보가 넘쳐나서 소소한소통이 할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즉, 모두가 서로를 충분히 배려하고 함께 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들이 특별한 시설에 갇혀 있지 않고 즐거운 일상이 가능했으면 하는 것이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낯선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고 어울리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사회복지 업무에 도전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미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다면 다양한 온·오프라인의 활동 경험을 통해 본인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영역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예전과는 달리 복지관, 센터 외에도 소셜벤처 형태로도 사회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등 방법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열린 사고를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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